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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 속의 카나리아
메리가명는 통로에서 음료 서비스 카트를 멈추며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다. 창가 좌석에 앉은 승객에게 미소를 지으며 마실 것을 묻기 전에 잠시 숨을 들이마셨다. 그 순간 갑자기 숨이 막혀 왔고, 계속해서 헛기침이 나와 감청색 웃옷의 팔꿈치에 얼굴을 파묻었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승객에게 진심으로 사과한 뒤, 물을 따라 마시고 다시 음료 서비스를 이어 갔다. 서비스를 마친 그는 기내 뒤편에 서서 도대체 무슨 일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다른 감기나 독감 증상이 없는데도 최근에 항상 기침을 하는 것이 신경 쓰였다. 2011년 봄, 코로나 팬데믹이 비행기 객실에서 전 세계로 확산되기 10년쯤 전의 일이다.
메리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사람이었다. 헬스클럽에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자신의 집과 직장인 알래스카항공 본사가 있는 시애틀 근교의 산으로 하이킹을 가곤 했다. 시간이 날 때면 하이킹을 갔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일주일에 6일씩 미국 전역을 비행하는 바쁜 일정이었으니까. 가끔 2주 연속으로 근무할 때도 있었는데, 6시간에서 12시간 동안 비행한 후 기착지 호텔에 들러 수영장에 잠깐 몸을 담그거나 눈을 붙이고 나서 다시 일하곤 했다. 그럼에도 메리는 대체로 자신의 일을 사랑했다. “뭘 몰랐던 거죠. 내가 이 조직에서 중요하다고, 가족의 일원이라고 생각했어요.”
2010년 12월 말, 메리와 동료 2800명은 유니폼 제조업체인 트윈 힐로부터 알래스카항공의 새 유니폼이 든 상자를 받았다. 또 다른 유니폼 제조사인 M&H가 만든 이전의 투박하고 펑퍼짐한 모직 옷보다 크게 개선되었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유니폼은 매끈한 폴리에스테르와 울 혼방 천을 사용해 유행하는 스타일로 만들어졌다. 순모는 자연적으로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성이 있는 반면, 새 유니폼은 화학물질로 난연 처리를 했다는 사실을 메리는 몰랐다. 오염 방지 기능을 제공하는 테플론을 포함해 여러 화학 성분이 새로운 기능성 유니폼에 적용되었던 것이다.
새 유니폼 때문에 발진이 생겼다는 선배들의 불평이 들려 왔다. “그때는 선배들이 변화를 좋아하지 않아서 화가 났나 보다 하고 생각했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메리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다. 당시에 메리 자신도 호흡 곤란을 겪고 있었다. “그때는 그 둘을 연관 지어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옷 때문에 유독 물질에 중독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가장 불만이 많았던 선임 승무원 중 한 명은 로스앤젤레스공항 근처인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 살았던 25년 경력의 존이다. 검은띠를 보유한 태권도 5단 사범이었던 존은 1986년에 친구 소개로 소규모 항공사의 승무원 면접에 응했다. 재미 삼아 나간 자리에서 취직 제안을 받아 일하게 된 후로 예전 생활은 결코 돌아보지 않았다. 이듬해에 이 항공사는 알래스카항공에 인수되었다. 나이가 들어 약간은 부드럽게 변한 네모진 턱, 보조개가 들어간 뺨, 짧은 갈색 머리의 존은 여전히 잘생기고 소년 같은 매력을 자랑하는 50대 중반 남성이었다.
그의 파트너인 마르코에 따르면, 존은 비행 중이 아닌 때에는 차분하다 못해 과묵한 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단 알래스카항공 유니폼을 입으면 사교적이고 엉뚱하고 매력적인,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기분이 좋지 않은 동료를 보면 웃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까다로운 어린이 승객 만날 때를 대비해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키즈 밀 세트를 주문해 장난감 선물을 모았다. 앞장서서 동료들의 생일을 축하하고, 명절이나 휴일이면 자진해서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쓰곤 했다.
존은 열심히 일했고 자신의 일을 사랑했다. 알래스카항공의 낡은 비행기가 유지 관리 소홀로 2000년 캘리포니아 해안에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을 때도 존은 곧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말에서 떨어질 때와 비슷하지. 바로 다시 올라타야 해. 그러지 않으면 다시는 말에 오르지 못할 테니까”라고 마르코에게 말했다고 한다.
“존은 가능한 한 오래 일하길 원했습니다. 자기 직업을 사랑했지요.” 2021년 통화에서 마르코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유니폼이 도착한 2010년,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12월의 어느 선선한 날, 존은 상자에서 새 유니폼을 꺼내 입고 거울 앞에 섰다. 나중에 승무원 노조에 제출한 불만 사항에 따르면, 그 후 이틀 만에 상체가 온통 발진으로 붉어지며 호흡 곤란을 겪었다고 한다. 알래스카항공이 새 유니폼을 공식적으로 소개하기 전인 1월부터 존은 이 옷을 입고 일했는데, 호흡이 심하게 가빠지고 팔에 물집이 생겨 응급실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4900달러가 적힌 청구서, 빈대에 물렸다는 진단서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옷에 유독 물질이 들어 있다는 말을 들어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발진? 섬유의 pH피에이치 균형이 맞지 않을 때 발진이 발생할 수는 있다. 하지만 유니폼 상의 때문에 응급실에 왔다고? 의사들은 존의 증상에 대해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었다. 2009년 미국 전역의 공항 보안 검문소에서 근무하는 교통안전국 직원들은 유니폼 때문에 발진, 현기증, 충혈된 눈, 트고 갈라진 입술, 콧물 또는 코피 등의 증상이 발생했다고 미국 공무원 노조에 보고했다.
교통안전국 담당자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5만 명의 직원 중 불만을 나타낸 사람은 1퍼센트 미만이었으니 말이다. 내슈빌에 기반을 둔 유니폼 제조업체인 VF 솔루션은 유니폼을 테스트한 결과, 포름알데히드를 포함한 모든 물질이 ‘허용 한도’ 미만이라고 밝혔다.
VF 솔루션의 안전 담당 부사장은 “유니폼에 사용된 것은 새로운 소재가 아니다”라고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그냥 전형적인 면-폴리에스테르 혼방 직물이니 갑자기 이런 반응이 나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교통안전국 직원들은 100퍼센트 면직물로 된 대체 유니폼을 제공받았다. 존과 그를 진찰한 의사 또는 알래스카항공의 누군가가 교통안전국 유니폼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내가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것은 긴 시간을 들여 이 문제를 조사해 온 다른 승무원으로부터였다.
우연이 아닌 필연
모든 알래스카항공 승무원은 2011년 2월 23일까지 새 유니폼을 입고 출근해야 했다. 며칠 후 항공승무원협회의 안전, 보건 및 보안 부서 소속 산업위생사인 주디스 앤더슨Judith Anderson은 새 유니폼과 관련해 회원들의 불만 전화와 이메일을 받기 시작했다.
짧은 연갈색 머리에 녹색 눈을 지닌 앤더슨은 가냘픈 외모였지만, 유치원 교사처럼 배려와 부드러운 권위를 동시에 갖추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대리하는 승무원들처럼 앤더슨 역시 보수적인 스커트 정장과 스타킹 차림에 화려한 스카프를 즐겨 했다. 그와 마주치면 소다수와 프레츨을 부탁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
2011년 그의 메일함에 알래스카항공 승무원들이 보낸 사진이 도착했다.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눈꺼풀이 부어오르고, 눈에 고름 딱지가 앉은 사진이었다. 앤더슨이나 승무원들도 모르는 사이에 알래스카항공 고객 서비스 담당자도 유니폼으로 문제를 겪고 있었다. 결국 승무원들은 항공사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 노동산업부에 불만을 제기했다. 노동산업부의 담당 부서는 3월 3일 알래스카항공에 이상 반응에 대한 질의 서한을 보냈다.
3월 초 존이 유니폼을 입었다가 몇 분 만에 다시 두드러기가 발생했는데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상사는 산재보험 의사를 만나도록 권했고, 존은 진찰 후 한 달간의 유급 휴가를 받았다.
알래스카항공은 유니폼을 만든 트윈 힐에 답변을 요구했고, 트윈 힐은 유니폼을 테스트한 후 ‘문제가 될 만한 화학물질이 들어 있지 않다’는 답장을 보냈다. 원래 의도한 대로 유니폼 소재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옥스포드 셔츠에 포함된 포름알데히드는 가장 엄격한 기준인 일본의 허용치 75피피엠보다 낮은 24피피엠이었다. 여기에 오염 방지를 위해 테플론 코팅을 적용했다고 밝혔다테플론은 프라이팬이 눌어붙지 않도록 사용하는 소재다.
2011년 가을이 되자 알래스카항공의 고위 간부 몇 명이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유니폼 원단 일부가 터키에서 중국으로 운송되는 동안 인산트리부틸TBP이라는 화학물질에 오염되었다고 설명했다. 앤더슨은 이름을 듣자마자 이 물질이 뭔지 떠올랐다. TBP는 항공우주 산업에서 사용되는 거의 모든 유압유의 구성 성분이다. 또한 그가 너무 잘 알고 있는 바로 그 유독 연기 사건에 등장했던 성분이기도 하다.
업무 환경에서 TBP에 노출되면 피부 질환을 일으킬 수 있고, 직접 흡입하게 되면 호흡기 문제를 일으킨다. 잠재적인 내분비교란물질로 호르몬과 갑상선 기능을 방해할 수도 있다.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 물질이 의류에 사용된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앤더슨은 연구를 시작했고, 옷감을 만들 때 TBP가 종종 습윤제나 용제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연히 오염된 것이 아니란 얘기다. 2010년 의류 공장의 독성 물질 유출에 대한 집중적이고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던 그린피스는 섬유 제조업체가 양쯔강 삼각주로 배출한 오염수 샘플에서 이 성분을 발견하기도 했다.
알래스카항공은 승무원 유니폼에 든 TBP의 양이 완벽하게 정상적인 수준이라며 승무원들을 달래려 했다. 다른 브랜드의 유니폼을 구입해, 훨씬 낮은 수준이지만 같은 성분이 들어 있음을 보여 주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모든 승무원에게 드라이클리닝 비용으로 135달러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드라이클리닝으로 TBP를 제거할 수는 없다고 앤더슨에게 이야기했다. 7월이 되자 트윈 힐은 다시 말을 바꾸었다. 원단이 터키에서 유독 물질에 오염되었으며, 이에 대해 책임이 있는 터키 직물 공장과의 거래를 중단했다고 알래스카항공에 알려 온 것이다. 옷과 관련한 이런 일들이 별개의 우연한 사건들로 보이지 않았다. 트윈 힐에서 제작한 유니폼을 입고 비슷한 증상을 경험한 은행과 호텔 직원들이 앤더슨에게 메일을 보내 오고 있었다.
문제는 앤더슨이 옷감에 사용해도 괜찮은 TBP의 공식 허용량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리바이스만이 50피피엠으로 사용 한도를 지정해 놓았다. 유니폼에는 TBP가 10~57피피엠 수준으로 들어 있었는데, 트윈 힐은 다른 브랜드의 자발적이고 자의적인 기준을 따를 의무가 없었다. 트윈 힐은 컨설팅 회사인 엔바이론을 고용했고, 엔바이론은 유니폼에 함유된 수준의 TBP로는 승무원들이 보고한 이상 증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아프게 된 것일까?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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